그날부터 난 그 유명한 두 초식으로 강호를 종횡무진하기 시작했어.
처음 마을을 떠날때가 열 살쯤이었고(사실은 난 내 나이도 정확히 모르거든..)
5년간을 헛 고생하며 맞고만 돌아 다녔으니 내가 소림의 이름모를 노승을 스승으로 모신 때가 아마 열 다섯은 되었거야...
처음에는 주로 조그마한 동네나 인적이 드믄 곳을 다니면서 그 무공을 과시했어.
처음부터 유명한 문파의 무사들과 겨루었다가는 죽기 십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야.
그땐 안 죽을정도만 맞았지만 이젠 틀릴게 뻔하쟎아.
생각해봐...
무술을 익히기 겠다며 제자로 받아 달라는 것과 무술을 익혔으니 결투하자는 것과는 어마어마하게 다르지.
우리같은 무림인들은 결투하다 죽는게 하루에도 수십 아니 수백이 될 수도 있어.
살아나도 불구가 될 수도 있어....
그런 깊은 생각으로 내가 무술을 익히기 전에 나보다 약간 힘이 쎈 정도의 사람들을 먼저 찾기로 한거야.
그런데 그건 내 생각이었을 뿐이었어.
그넘들 생각보다 되게 쎄더라고.
나도 강호 견문은 꽤 넓은 편이잖아. 무려 오년간을 헤메고 돌아다녔으니...
그 견문을 믿고 약한 놈부터 찾아갔는데...
글쎄 처음엔 놈이 내 결투를 받아주지 않더라고..
“이 넘이 내게 겁을 먹었군”
뭐 그런 느낌이 확 들더군. 내 경험에 비추어 이 놈은 무공을 익힌 놈이 아니었거든.
그런데 내가 갑자기 나타나 결투하자며 소면무전의 웃는 얼굴과 동자배불의 일 초식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겁이 났는지 안그래도 째진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깜짝놀란체 있다가 이윽고 캬캬캬... 웃는거야.
“이 자식이..?”
그땐 나도 제법 놀랐어.
“소림사 문지기 쭝들보다 더 쎄잖아?”
그때 그 쭝들은 뒤로 넘어간 넘들이 제법있었는데..., 흉악하게 웃기 까지 하다니...
제길 상대를 잘 못 골랐어. 이 넘은 나 몰래 무공을 익히고 잇던 넘이야.
한 3년전 쯤 이 넘에게 맞았을땐 그렇게 아프지 않았는데..
객잔에서 점소이를 하고 있는 주제 에 무공까지 익히다니...
그렇지만 물러설수 없었어.
내가 익힌 무공은 천하제일 소림의 최고 무공인데...
그넘은 싸우지 않겠다고 자꾸만 피했지만 그럴수록 난 더욱 기고만장해서 대들었지.
“이 자슥이 시비를 할려면 인상을 구기고 대들지 왜 자꾸만 웃는 얼굴로 인사까지 하며 대들어?”
결국 이리저리 피하는게 짜증이 났던지 나와 맞섰어.
그러면 그렇지 제깟넘이 결투를 안하고 배겨?
그리고 결투를 시작했어..
그리고..?
어떻게 되었냐고..?
나... 그날 많이 깨졌어.
다른 때보다 훨씬 더 맞았거든.
무공을 익히기전에는 한참 맞다보면 힘이 빠져 아득바득 대들 힘도 없었는데 그날은 첫 결투부터 이겨야겠다는 결심이 앞서서 그런지 자꾸만 힘이 솟더라구..
그래서 보는 사람이 말리더라고... 억지로 말이야...
글쎄 왜 말리냐고...
싸움구경과 불구경이 최고라는데 구경이나 할 것이지...
어쩧튼 그 때문에 그 놈은 산거야.
거의 기운이 빠진 것을 느꼈는데... 아깝게 첫 승리를 그렇게 놓쳤어.
첫 결투는 그렇게 흐지부지 나만 맞은체 끝났지만 난 실망하지 않았어.
난 결투가 없는 때면 한 숨도 쉬지 않고 부단히 그 소면무전과 동자배불을 익혔어.
특히 그거 익히는데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장통에 가면 훨씬 실전적이라는 것도 알았어.
보는 사람마다 동자배불을 연습 할 수가 있었거든.
그러다가 어느새 5년이 또 흘렀어.
벌써 스무살이 된거야.
나를 아는 사람이 제법 많아졌어.
강호.. 아니 무림의 유명인사가 된거지.
물론 아직은 천하무적이 되지는 못했지만 말이야.
그러다가 어느 날 이름도모르는 조그만 산을 넘다가 산적들에게 둘러쌓여 모든걸 다 빼앗길 위기에 처한 한 가족을 만났어. 이 샤끼들은 물건을 빼앗는것도 모자라 그 중에 있는 나보다 한두살 아래로 보이는 어여쁜 소녀를 희롱까지 하고 있었어.
“이 넘들 오늘 임자 만났다..”
난 냉큼 뛰어가서 그 넘들들 혼내주기 시작했어.
그 넘들중 한 넘은 정말 불쌍한 넘이었어.
내가 느닷없이 앞에가서 동자배불을 하느라 고개를 숙이자 내 머리통에 맞았거든..
참 고소하다... 흙바닥에 뒹구는 꼴이라니...
그 넘들은 처음엔 깜짝 놀랐다가 바로 정신을 차렸어.
그리고 놀랍게도 나를 알아보았어.
“어,? 그 미친 놈이쟎아?”
“미..친.. 놈..?”
그 말에 어리둥절햇지만 곧 알았어..
“그래, 난 미친 넘이지 ... 천하제일 무공에 미친 놈..”
난 기꺼이 그 말을 칭찬으로 받아 들이기로 했어.
그리고 정중히 감사하다고 했어.
그넘들.. 진짜로 놀라더군...
하긴 그 정도의 말에도 소면무전에 동자배불까지 펼치니 ....
놀라지 않을 수가 없지...
난 그날도 디지게 맞았지만... 그래도 그 가족은 무사히 구했지.
그넘들.. 생각보다 쥑일 넘들은 아니더라구.. 나를 때린걸로 만족하고 가버렸으니 말이야.
하하하... 난 크게 웃었어...
이젠 웬만큼 맞아도 일어나서 먼지만 털면 개운하거든...
맞는거 자랑하지 말라고... ?
천만에 맞으면 발뻗고 주무시지만 , 때린 넘은 안 그렇지...
그게 상식 아냐..?
난 그날 그 어여쁜 소녀의 집으로가서 식사에 차까지 대접받았지.
물론 나를 보는 소녀의 눈빛이 달라졌지만...
그게 첫 눈에 반한 눈길인지, 처량한 눈빛이었는지 난 신경쓰지 않았어.
천하제일고수가 될려면 여색을 멀리해야 되쟎아.
난 미련없이 그 집을 나왔어.
그런데 참 희한한 일이 있어.
내가 제법 유명해지자 무공을 가르켜주려는 사람들이 꽤 있는거야.
하오문에서도 왔다 갔고, 개방에서도 왔다갔어...
어느날 우연히 만났던 청룡장이라는 유명한 문파의 장로 한 사람은 따로 무공초식까지 가르쳐주려고 했어.
하지만 난 정중히 거절했어.
솔직히 난 검법하나 배우지 않아서 속으로 욕심히 생기긴 했으나 , 그런 유혹은 과감히 거절했어.
난 옹고집이고 사부님과 다른 무공은 배우지 않겠다고 약속했쟎아.
그렇게 난 오직 내가 배운 무공만을 정진하고 있었어.
결투할 때 상대가 어디로 어떻게 공격 할 것인지 눈에 보이긴 했지만...
난 피하지 않았어.
그저 동자배불을 펼치면 되는거야.
허리를 굽히면 발이 그 위로 바람처럼 지나가고 , 합장하면 그 무서운 주먹이 거기에 와서 맞기도 했어. 어쩌다 맞아도 아프지도 않고....
그럴수록 내 얼굴의 미소는 더욱 깊어만 갔어.
그리고 또 세월이 흘렀어.
내 나이 사십...
난 지금 무림에서 백대고수에 든다는 한 사람과 결투를 하고 있어.
내 상대는 검의 고수이지.
검을 뽑으면 반드시 피를 본다는 혈살휴 피고후라는 괴상한 이름의 소유자지..
운좋게 살아나더라도 한 팔을 잃을지도 몰라.
피고후는 검을 들고 나를 한칼에 베겠다는 듯 노려보고 있어.
나는 물론 두손을 모아 합장하고 미소짓는 얼굴로 서 있지.
저 놈은 시간이 남아도나...
벌써 한 시진 동안을 핏대를 올리며 얼굴을 벌겋게 하고 서있다니...
게다가 저 흘리고 있는 땀이라니...
아직 저 정도의 땀을 흘릴정도로 더우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벌써 저렇게 허약해서야
어떻게 여름을 나려고...
난 지루했지만 은근히 그런 걱정을 했어.
그러고도 한 시진이 더 흐르자 놈이 손을 부르르 떨었어.
옳지, 이제 공격을 하려는구나... 난 기대가 되서 더욱 미소가 짙어졌어.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에이 싱거운 놈 같으니...
느닷없이 검을 던지고 무릎을 끓기는.....
그래서 난 제대로 된 결투도 못하고 발길을 돌렸어.
누가와서 나 좀 안 때려주나?
참 내가 말 안했지?
난 요즘 무리해서 내가 찾아 다니면서 결투를 안해도 돼...
그냥 가던 길을 가다보면, 누군가 찾아오거든...
그럼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결투를 하곤 다시 가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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