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이야기/천우 사랑방
[스크랩] 몰래카메라
이 강산
2008. 9. 5. 00:07
난 정말 여자를 몰랐어.
이 세상의 반은 여자라는 것은 알고 있어.
하나님이 남자의 갈비뼈 하나를 가지고 여자를 만들었다면, 그 만큼의 남자가 있다는 것 역시 틀림없을 거야.
그런데 그만 난 엄청난 실수를 하고 말았어.
지금 이렇게 내 손에 수면제가 잔뜩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야.
빌어먹을 그 날 거기에 가지만 않았더라도...
하지만 이젠 후회해도 늦었을 뿐이고, 내가 실수한 것을 가지고 그 사람들을 원망하고 싶지도 않아.
다만. 나를 사랑한 내 사랑하는 그녀에게 한없이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들 수 없을 뿐이야.
지금 너무나 가슴이 아파.
난 이 수면제를 먹음으로서 모든 것을 잊을 수 있겠지만, 내 사랑하는 여자는 이제부터 새로운 아픔을 겪어야 할
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찢어져.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그 날 일은 희미해서 기억이 나지 않아. 안개 속을 걷는 기분이 마치 이럴거야.
흐릿하게 생각이 나기는 해.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일을 말하려는 것은 나 같은 사람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것 때문이야.
그리고 이 세상에는 그런 것으로 먹고사는 사람들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이기도 해.
시간도 없으니 빨리 이야기하도록 해야겠어.
난, 있지.
애인이 있어.
너무도 사랑하는 여자.
세상이 아름다운 이유는 오로지 그녀가 있기 때문이야.
물론 그녀와 나는 죽음보다 더 사랑해.
애인이 있으면서도 왜 여자를 모르느냐고?
그건 그녀와 내가 아직까지 키쓰도 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말해주고 있어.
그러니까, 나는 숫총각이라는 얘기지.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까지 갔다왔으며, 일류회사에 취직해서 대리까지 된 서른 하나의 내가 숫총각이라면 아마 안
믿을지도 몰라.
하지만 사실이야. 물론 그녀 역시 숫처녀라는 것을 장담해.
그녀와 나는 첫 사랑이었고, 그 첫사랑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으니, 훤하게 알고 있지.
이 정도만 설명해도 이쯤이면 흠..진짜 숫총각이겠군, 하고 수긍을 할거라고 믿어.
그런데 사실 그녀와 나는 키스를 한 적이 있어. 그것도 다섯 번이나 했어.
내가 군에 입대할 때 한 번, 휴가 나와서 한 번, 그리고 제대할 때 한 번... 이렇게 국방의 의무를 할 때가 세 번
이었고, 나머지 두 번은 지금 다니던 회사에 취직했을 때, 그리고 마지막 한번은 양가 부모님에게 인사를 하고 선
뜻 결혼을 허락 받았을 때 너무 기뻐서 했어.
그런데 아까는 왜 키스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냐고 화내지마.
그건 내 친구가 그랬기 때문이야.
" 야, 이 넘아, 세상에 입술만 부딫히는게 왜 키스야? 그건 뽀뽀에 불과하지."
난 그때까지 몰랐어.
사랑하는 사람과의 키스는 입술만 마주치는 것이 아니고, 혓바닥까지도 서로 왕래해야 된 다는 것을 말이지.
우린 다섯 번이나 뽀뽀를 했지만, 그녀의 혀와 내 혀가 부딫힌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
-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이때쯤이면 이런 분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나와도 어쩔 수 없어. 다 사실이니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짓을 저지르고 만 거야.
' 나쁜 놈 시키'
이제 와서 원망해도 소용없지만, 그 자식이 자꾸만 미워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어.
그 날은 내가 그 넘의 자슥에게 키스와 뽀뽀의 차이점을 설명 받은 날로부터 며칠이 지난 날이었을거야.
" 야, 오늘 퇴근 후에 술 한잔하자."
" ???"
" 그게 아니고 명호와 탁진이가 온댄다."
" 그으래?"
아, 아직 말 할 기회를 얻지 못했는데, 난 술을 못 마셔.
물론 그것 때문에 은근한 따돌림으로 손해도 많이 봤지.
하지만 좋은 점도 더러있었어.
술을 못 마시기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없어서 퇴근후에 학원등을 전전하며,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도 좋은 점 중의 하나 였어.
친구 인청이의 전화를 받고, 내가 잠시 의아해 했던 것은 바로 그런 이유야, 나를 너무도 잘아는 놈이 나에게 술한
잔 하자고 할 리가 없었거든.
명호와 탁진이는 모두 대학 시절의 친구들이야. 엄청 친하게 지낸 넘들이었지.
같은 서울에 있어도 직장이 다른 탓인지 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이 온 다는 말에 나는 망설일 수밖에 없
었어.
술은 내키지 않았지만 친구는 언제 보아도 반갑기만 하쟎아.
" 좋아, 그러자. 간단히 식사라도 하지 뭐."
나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난다고 하니 기뻤어.
그리고 난 즐거운 마음으로 친구들을 만났지.
" 야, 우리 3차가자"
헤롱헤롱 머리가 어지럽기는 했지만 희미한 의식 속으로 누가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어.
묵직한 것이 명호의 목소리였어.
하지만 억지로 쑤셔 넣은 소주 몇 잔에다가, 2차에서 마신 맥주까지 들이킨터였던터라 거부하고 돌아서기는커녕
말 할 힘, 고개를 흔들 기력 마져 없었어.
-콰악
누군가가 나를 양쪽에서 붙잡았어.
" 좋다 가자, 오늘 아예 끝장을 보자."
누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대충 그런 말을 들었던 것 같아.
아뭏튼 정상적으로 발걸음을 떼지 못하던 나는 양쪽에서 붙잡고 끌고 가는 친구들에게 이끌려, 발을 질질 끌며
어데론지 갔었어.
-우욱..
끌려가다가 정신을 잃었던 나는 갑자기 나오는 음식이며 술 찌거기가 들어갔던 곳으로 다시 토해져 나오는 순간
아주 잠시나마 의식을 차렸어.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억지로 뜨고 주위를 둘러보기까지 했지.
" 어? 여기가 어디지? 저 앞과 옆에는 친구들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있네? 저 사람들 언제 우리와 합석했지? 꼭
여자처럼 생긴 사람들이네..."
그게 마지막이야.
맹세하라면 맹세 할 수 있어.
그 후로는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아.
뭐 헤롱대며 같이 있는 여자들 가슴에 마구 손을 집어넣었다고들 하는데 그것은 다 친구들이 한 거짓말일 뿐이
야. 나처럼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사람이 절대 그럴 리가 없어.
정말이야. 난 추호도 거짓말 같은 것은 할 생각이 없어.
그런데 말이야.
문제는 그게 아니야.
문제는 심한 갈증을 느끼며, 내가 어렴풋이 정신을 차릴 때는 아침 햇살이 밝아 올 때였고, 나는 누가 벗겼는지는
몰라도 팬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는 거야.
" 으잉? 이게 도대체 뭔 일이람?"
난 혼자만 있는데도 벌거벗은 게 창피한 생각이 들어 얼굴이 붉어졌어.
아마 그 곳이 집이 아니고 여관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을거야.
' 자식들 이왕 부축해서 재울려면 집으로 데려다 주지.'
그래도 여관에 데려다 준 친구들이 고맙기만 했어.
이 겨울! 자칫 밖에서 쓰러지면 얼어 죽을 수도 있잖아.
-벌컥 벌컥
조그만 냉장고에 있는 생수를 들이키자, 흐릿한 게 많이 개운해졌어.
- 쏴아아..
' 왠 물 소리? '
화장실에서 들리는 물소리에 고개를 흔들었어.
세상에 아무리 취했어도 수돗물은 잠갔어야 하는데...
자원도 없는 우리나라에서 물이라도 아껴야 하잖아.
찌뿌둥한 몸을 억지로 일으켜서 화장실로 갔어. 물론 수돗물을 잠그기 위해서 였지.
" 어? 어어?"
내 눈이 삼천리는 튀어 나왔어.
아! 난 그만 못 볼 것을 보고 만거야.
" 어머, 벌써 일어났어요? 상태를 봐서는 한 낮이 되어야 일어날 줄 알았는데.."
온 몸의 비누칠을 씻어내며 샤워를 하던 여자가 부끄럽지도 않는다는 듯 정면으로 나를 보며 말을 했어.
아니 윙크까지 하는 거야.
아마 내가 여자의 벗은 몸을 본 것은 태어나서 처음일거야.
그것도 정면에서 말이야.
기절할 듯이 놀란 나. 묘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던 여자.
난 내가 어떻게 그 곳을 나왔는지 몰라.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사우나탕에 몸을 담고 있었다는 것 밖에는.
내가 명호를 불러내 자초지종을 들은 것은 바로 그 날 저녁이었어.
뭐, 특별한 것도 없어. 지금까지 이 글을 보면서 상상한 것.. 그게 전부니까.
단지 이 넘들이 내 총각딱지를 떼주기 위해 음흉한 흉계를 꾸몄다는 것도 알았어.
" 너 총각은 뗏니? 그 아가씨 어땠어? 총각딱지 못 떼면 돈 다시 돌려준다고 까지 했는데..."
'오! 신이시여. 마귀의 꾀임에 넘어간 저를 용서해주소서.'
하늘이 무너진 듯한 충격을 받았어.
이제 그녀와 결혼을 해서 행복한 생활을 꿈꾸던 나의 순결한 몸이 사라져 버린 거야.
그리고 떠오르는 영상.
슬픈 눈망울에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나를 바라보는 내 사랑...
그녀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어. 안녕이라고...
나는 아무 말 없이 친구의 곁을 떠났어.
회사에 결근계를 내고 무작정 서울역으로 갔어.
가장 먼저 출발하는 열차에 몸을 실었어.
바다! 바다가 보고 싶었어.
바다가 보고 싶으면 서울역으로 가봐. 가서 가장 먼저 출발하는 차에 몸을 실으면 되.
마지막 종착지는 언제나 바다야. 열차는 언제나 바다를 향해 가거든.
바다는 그 곳에 있었어.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것이 못내 서럽다는 듯 거세게 울어댔지만, 난 바다를 달래 줄 수 없었어.
난...
끝없이 걸으며 나를 달래 줄 그 무엇을 찾고 있었을 뿐이야.
그러다가 얼어죽길 바랬을지도 몰라.
내가 이렇게도 슬픈데... 왜 사람들은 여자의 순결만이 중요하다고 하는 걸까?
그러나 사람은 어떤 고난도 이겨 낼수있게 돼나봐.
그 곳에서 하루를 머물며 나도 마음을 어느 정도 추스릴 수 있게 되었어.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순결을 잃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어.
정신을 잃고 있었는데, 지가 아무리 도사라도 나의 순결을 어떻게 앗아갔겠어.
그건 절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확신까지 생겼어.
'제길 아무것도 아닌 것 가지고 괜히 그랬잖아.'
갑자기 고민했던 내 자신이 우스워졌어.
그리고 힘이 생기고 자신이 생겼어.
역시 바다는 절망을 딛고 일어설 용기를 주는 군.
난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집으로 회사로 돌아왔어.
- 룰랄랄라.
이틀 후면 결혼식! 저절로 콧노래가 나왔어.
과장님이 오늘 일찍 들어가고, 내일은 출근하지 말래.
이발소도 가고, 피부 맛사지도 받으래.
'내 이럴 줄 알고 결혼식 당일부터 휴가를 신청했지.'
모든 게 내 뜻대로 되어가니 콧노래뿐만 아니고, 어깨까지 흔들거려.
나는 점심을 먹고 회사로 들어와 간단히 책상을 정리했어.
결혼식 올리고 신혼여행까지 다녀올려면 한 일주일은 걸리니, 정리한 후 가야지.
-낄낄낄낄...
으잉? 왜 저리 요상하게 좋아하지?
웃음소리에 보니, 입사 동기 놈이 뭐가 좋은 듯 컴퓨터를 보며 낄낄대며 웃고 있어.
짜아식,
좋기도 하겠다.
난, 퓨우 한 숨을 쉬었어. 난 그 친구의 버릇을 잘 알거든.
그 놈은 쉬는 시간이면 성인사이트에 접속해서 소위말하는 야리꾸리 한 것을 엄청 즐겨 보는 놈이거든.
군침을 주르르 흘리면서 입을 헤 벌리고 있는 것을 보니, 틀림없었어.
' 정신 나간 놈 '
혀를 끌끌 차면서 마음껏 속으로 비웃으며 책상을 다 정리했어.
" 제길 엎혀서 들어오던 놈이 그런 와중에도 만지고 흔들어주니 꼿꼿히 세우는 군. 취한 척 해봐야 내 밥이라 이
건가? "
" 이봐, 뭘 보는데 그래?"
" 글쎄 말야, 이 놈이 고주망태 인데도, 여자가 몇 번 주물러주니 정신 못 차리고 덤벼드는 군. 쯧쯔"
' 술에 취해 정신이 없는 데도 한...다고?'
슬며시 호기심이 생긴 나는 그 쪽으로 가 보았어.
그리고...
그리고 말이야.
나는 보고 말았어.
술에 취한 내가 여자를 무자비하게 덮치는 장면을 보고 말았어.
내 얼굴이 나온 것은 잠깐이었어.
친구도 미처 몰라보았어. 아니 이상하다는 듯 나를 살짝 바라보기는 했어.
그것이 얼굴보다는 요상한 부위를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영상 이었다해도, 나는 절망했어.
바다에서 내가 용기를 얻었던 것은 부질없는 짓이었던거야.
이게 내 얘기의 끝이야.
난 아직 숨을 쉬고는 있지만, 내 삶은 이미 그것을 보는 순간 끝났어.
그리고 이제는 얘기를 다 끝냈으니, 그 숨쉬는 것 마져 그만 하려고 해
내일.
나랑 결혼할 꿈에 부푼 그녀에게는 정말 미안해.
정말...
이제. 정신이 흐릿해지네.
눈앞에 아지랑이..
아니 안개.
잠이 와.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어.
꿈에 너를 만나러 갈게.
가서 용서를 빌게.
안...녕!
이 세상의 반은 여자라는 것은 알고 있어.
하나님이 남자의 갈비뼈 하나를 가지고 여자를 만들었다면, 그 만큼의 남자가 있다는 것 역시 틀림없을 거야.
그런데 그만 난 엄청난 실수를 하고 말았어.
지금 이렇게 내 손에 수면제가 잔뜩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야.
빌어먹을 그 날 거기에 가지만 않았더라도...
하지만 이젠 후회해도 늦었을 뿐이고, 내가 실수한 것을 가지고 그 사람들을 원망하고 싶지도 않아.
다만. 나를 사랑한 내 사랑하는 그녀에게 한없이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들 수 없을 뿐이야.
지금 너무나 가슴이 아파.
난 이 수면제를 먹음으로서 모든 것을 잊을 수 있겠지만, 내 사랑하는 여자는 이제부터 새로운 아픔을 겪어야 할
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찢어져.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그 날 일은 희미해서 기억이 나지 않아. 안개 속을 걷는 기분이 마치 이럴거야.
흐릿하게 생각이 나기는 해.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일을 말하려는 것은 나 같은 사람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것 때문이야.
그리고 이 세상에는 그런 것으로 먹고사는 사람들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이기도 해.
시간도 없으니 빨리 이야기하도록 해야겠어.
난, 있지.
애인이 있어.
너무도 사랑하는 여자.
세상이 아름다운 이유는 오로지 그녀가 있기 때문이야.
물론 그녀와 나는 죽음보다 더 사랑해.
애인이 있으면서도 왜 여자를 모르느냐고?
그건 그녀와 내가 아직까지 키쓰도 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말해주고 있어.
그러니까, 나는 숫총각이라는 얘기지.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까지 갔다왔으며, 일류회사에 취직해서 대리까지 된 서른 하나의 내가 숫총각이라면 아마 안
믿을지도 몰라.
하지만 사실이야. 물론 그녀 역시 숫처녀라는 것을 장담해.
그녀와 나는 첫 사랑이었고, 그 첫사랑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으니, 훤하게 알고 있지.
이 정도만 설명해도 이쯤이면 흠..진짜 숫총각이겠군, 하고 수긍을 할거라고 믿어.
그런데 사실 그녀와 나는 키스를 한 적이 있어. 그것도 다섯 번이나 했어.
내가 군에 입대할 때 한 번, 휴가 나와서 한 번, 그리고 제대할 때 한 번... 이렇게 국방의 의무를 할 때가 세 번
이었고, 나머지 두 번은 지금 다니던 회사에 취직했을 때, 그리고 마지막 한번은 양가 부모님에게 인사를 하고 선
뜻 결혼을 허락 받았을 때 너무 기뻐서 했어.
그런데 아까는 왜 키스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냐고 화내지마.
그건 내 친구가 그랬기 때문이야.
" 야, 이 넘아, 세상에 입술만 부딫히는게 왜 키스야? 그건 뽀뽀에 불과하지."
난 그때까지 몰랐어.
사랑하는 사람과의 키스는 입술만 마주치는 것이 아니고, 혓바닥까지도 서로 왕래해야 된 다는 것을 말이지.
우린 다섯 번이나 뽀뽀를 했지만, 그녀의 혀와 내 혀가 부딫힌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
-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이때쯤이면 이런 분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나와도 어쩔 수 없어. 다 사실이니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짓을 저지르고 만 거야.
' 나쁜 놈 시키'
이제 와서 원망해도 소용없지만, 그 자식이 자꾸만 미워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어.
그 날은 내가 그 넘의 자슥에게 키스와 뽀뽀의 차이점을 설명 받은 날로부터 며칠이 지난 날이었을거야.
" 야, 오늘 퇴근 후에 술 한잔하자."
" ???"
" 그게 아니고 명호와 탁진이가 온댄다."
" 그으래?"
아, 아직 말 할 기회를 얻지 못했는데, 난 술을 못 마셔.
물론 그것 때문에 은근한 따돌림으로 손해도 많이 봤지.
하지만 좋은 점도 더러있었어.
술을 못 마시기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없어서 퇴근후에 학원등을 전전하며,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도 좋은 점 중의 하나 였어.
친구 인청이의 전화를 받고, 내가 잠시 의아해 했던 것은 바로 그런 이유야, 나를 너무도 잘아는 놈이 나에게 술한
잔 하자고 할 리가 없었거든.
명호와 탁진이는 모두 대학 시절의 친구들이야. 엄청 친하게 지낸 넘들이었지.
같은 서울에 있어도 직장이 다른 탓인지 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이 온 다는 말에 나는 망설일 수밖에 없
었어.
술은 내키지 않았지만 친구는 언제 보아도 반갑기만 하쟎아.
" 좋아, 그러자. 간단히 식사라도 하지 뭐."
나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난다고 하니 기뻤어.
그리고 난 즐거운 마음으로 친구들을 만났지.
" 야, 우리 3차가자"
헤롱헤롱 머리가 어지럽기는 했지만 희미한 의식 속으로 누가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어.
묵직한 것이 명호의 목소리였어.
하지만 억지로 쑤셔 넣은 소주 몇 잔에다가, 2차에서 마신 맥주까지 들이킨터였던터라 거부하고 돌아서기는커녕
말 할 힘, 고개를 흔들 기력 마져 없었어.
-콰악
누군가가 나를 양쪽에서 붙잡았어.
" 좋다 가자, 오늘 아예 끝장을 보자."
누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대충 그런 말을 들었던 것 같아.
아뭏튼 정상적으로 발걸음을 떼지 못하던 나는 양쪽에서 붙잡고 끌고 가는 친구들에게 이끌려, 발을 질질 끌며
어데론지 갔었어.
-우욱..
끌려가다가 정신을 잃었던 나는 갑자기 나오는 음식이며 술 찌거기가 들어갔던 곳으로 다시 토해져 나오는 순간
아주 잠시나마 의식을 차렸어.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억지로 뜨고 주위를 둘러보기까지 했지.
" 어? 여기가 어디지? 저 앞과 옆에는 친구들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있네? 저 사람들 언제 우리와 합석했지? 꼭
여자처럼 생긴 사람들이네..."
그게 마지막이야.
맹세하라면 맹세 할 수 있어.
그 후로는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아.
뭐 헤롱대며 같이 있는 여자들 가슴에 마구 손을 집어넣었다고들 하는데 그것은 다 친구들이 한 거짓말일 뿐이
야. 나처럼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사람이 절대 그럴 리가 없어.
정말이야. 난 추호도 거짓말 같은 것은 할 생각이 없어.
그런데 말이야.
문제는 그게 아니야.
문제는 심한 갈증을 느끼며, 내가 어렴풋이 정신을 차릴 때는 아침 햇살이 밝아 올 때였고, 나는 누가 벗겼는지는
몰라도 팬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는 거야.
" 으잉? 이게 도대체 뭔 일이람?"
난 혼자만 있는데도 벌거벗은 게 창피한 생각이 들어 얼굴이 붉어졌어.
아마 그 곳이 집이 아니고 여관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을거야.
' 자식들 이왕 부축해서 재울려면 집으로 데려다 주지.'
그래도 여관에 데려다 준 친구들이 고맙기만 했어.
이 겨울! 자칫 밖에서 쓰러지면 얼어 죽을 수도 있잖아.
-벌컥 벌컥
조그만 냉장고에 있는 생수를 들이키자, 흐릿한 게 많이 개운해졌어.
- 쏴아아..
' 왠 물 소리? '
화장실에서 들리는 물소리에 고개를 흔들었어.
세상에 아무리 취했어도 수돗물은 잠갔어야 하는데...
자원도 없는 우리나라에서 물이라도 아껴야 하잖아.
찌뿌둥한 몸을 억지로 일으켜서 화장실로 갔어. 물론 수돗물을 잠그기 위해서 였지.
" 어? 어어?"
내 눈이 삼천리는 튀어 나왔어.
아! 난 그만 못 볼 것을 보고 만거야.
" 어머, 벌써 일어났어요? 상태를 봐서는 한 낮이 되어야 일어날 줄 알았는데.."
온 몸의 비누칠을 씻어내며 샤워를 하던 여자가 부끄럽지도 않는다는 듯 정면으로 나를 보며 말을 했어.
아니 윙크까지 하는 거야.
아마 내가 여자의 벗은 몸을 본 것은 태어나서 처음일거야.
그것도 정면에서 말이야.
기절할 듯이 놀란 나. 묘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던 여자.
난 내가 어떻게 그 곳을 나왔는지 몰라.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사우나탕에 몸을 담고 있었다는 것 밖에는.
내가 명호를 불러내 자초지종을 들은 것은 바로 그 날 저녁이었어.
뭐, 특별한 것도 없어. 지금까지 이 글을 보면서 상상한 것.. 그게 전부니까.
단지 이 넘들이 내 총각딱지를 떼주기 위해 음흉한 흉계를 꾸몄다는 것도 알았어.
" 너 총각은 뗏니? 그 아가씨 어땠어? 총각딱지 못 떼면 돈 다시 돌려준다고 까지 했는데..."
'오! 신이시여. 마귀의 꾀임에 넘어간 저를 용서해주소서.'
하늘이 무너진 듯한 충격을 받았어.
이제 그녀와 결혼을 해서 행복한 생활을 꿈꾸던 나의 순결한 몸이 사라져 버린 거야.
그리고 떠오르는 영상.
슬픈 눈망울에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나를 바라보는 내 사랑...
그녀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어. 안녕이라고...
나는 아무 말 없이 친구의 곁을 떠났어.
회사에 결근계를 내고 무작정 서울역으로 갔어.
가장 먼저 출발하는 열차에 몸을 실었어.
바다! 바다가 보고 싶었어.
바다가 보고 싶으면 서울역으로 가봐. 가서 가장 먼저 출발하는 차에 몸을 실으면 되.
마지막 종착지는 언제나 바다야. 열차는 언제나 바다를 향해 가거든.
바다는 그 곳에 있었어.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것이 못내 서럽다는 듯 거세게 울어댔지만, 난 바다를 달래 줄 수 없었어.
난...
끝없이 걸으며 나를 달래 줄 그 무엇을 찾고 있었을 뿐이야.
그러다가 얼어죽길 바랬을지도 몰라.
내가 이렇게도 슬픈데... 왜 사람들은 여자의 순결만이 중요하다고 하는 걸까?
그러나 사람은 어떤 고난도 이겨 낼수있게 돼나봐.
그 곳에서 하루를 머물며 나도 마음을 어느 정도 추스릴 수 있게 되었어.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순결을 잃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어.
정신을 잃고 있었는데, 지가 아무리 도사라도 나의 순결을 어떻게 앗아갔겠어.
그건 절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확신까지 생겼어.
'제길 아무것도 아닌 것 가지고 괜히 그랬잖아.'
갑자기 고민했던 내 자신이 우스워졌어.
그리고 힘이 생기고 자신이 생겼어.
역시 바다는 절망을 딛고 일어설 용기를 주는 군.
난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집으로 회사로 돌아왔어.
- 룰랄랄라.
이틀 후면 결혼식! 저절로 콧노래가 나왔어.
과장님이 오늘 일찍 들어가고, 내일은 출근하지 말래.
이발소도 가고, 피부 맛사지도 받으래.
'내 이럴 줄 알고 결혼식 당일부터 휴가를 신청했지.'
모든 게 내 뜻대로 되어가니 콧노래뿐만 아니고, 어깨까지 흔들거려.
나는 점심을 먹고 회사로 들어와 간단히 책상을 정리했어.
결혼식 올리고 신혼여행까지 다녀올려면 한 일주일은 걸리니, 정리한 후 가야지.
-낄낄낄낄...
으잉? 왜 저리 요상하게 좋아하지?
웃음소리에 보니, 입사 동기 놈이 뭐가 좋은 듯 컴퓨터를 보며 낄낄대며 웃고 있어.
짜아식,
좋기도 하겠다.
난, 퓨우 한 숨을 쉬었어. 난 그 친구의 버릇을 잘 알거든.
그 놈은 쉬는 시간이면 성인사이트에 접속해서 소위말하는 야리꾸리 한 것을 엄청 즐겨 보는 놈이거든.
군침을 주르르 흘리면서 입을 헤 벌리고 있는 것을 보니, 틀림없었어.
' 정신 나간 놈 '
혀를 끌끌 차면서 마음껏 속으로 비웃으며 책상을 다 정리했어.
" 제길 엎혀서 들어오던 놈이 그런 와중에도 만지고 흔들어주니 꼿꼿히 세우는 군. 취한 척 해봐야 내 밥이라 이
건가? "
" 이봐, 뭘 보는데 그래?"
" 글쎄 말야, 이 놈이 고주망태 인데도, 여자가 몇 번 주물러주니 정신 못 차리고 덤벼드는 군. 쯧쯔"
' 술에 취해 정신이 없는 데도 한...다고?'
슬며시 호기심이 생긴 나는 그 쪽으로 가 보았어.
그리고...
그리고 말이야.
나는 보고 말았어.
술에 취한 내가 여자를 무자비하게 덮치는 장면을 보고 말았어.
내 얼굴이 나온 것은 잠깐이었어.
친구도 미처 몰라보았어. 아니 이상하다는 듯 나를 살짝 바라보기는 했어.
그것이 얼굴보다는 요상한 부위를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영상 이었다해도, 나는 절망했어.
바다에서 내가 용기를 얻었던 것은 부질없는 짓이었던거야.
이게 내 얘기의 끝이야.
난 아직 숨을 쉬고는 있지만, 내 삶은 이미 그것을 보는 순간 끝났어.
그리고 이제는 얘기를 다 끝냈으니, 그 숨쉬는 것 마져 그만 하려고 해
내일.
나랑 결혼할 꿈에 부푼 그녀에게는 정말 미안해.
정말...
이제. 정신이 흐릿해지네.
눈앞에 아지랑이..
아니 안개.
잠이 와.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어.
꿈에 너를 만나러 갈게.
가서 용서를 빌게.
안...녕!
출처 : 몰래카메라
글쓴이 : 오로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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