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산 2008. 8. 31. 12:14

 

31

팔월을 마지막으로 보내는 휴일의 가을 밤이 벌써 꽤나 깊었나보다.

 

아침의 상큼함.
한낮 햇살의 찬란함도 그 높아보이던 파란 하늘도
지금은  어둠 속으로 숨어들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제 가을인가.

나만  몰랐던  가을은 이미 돌아보는 모든 곳에 이슬처럼 소리없이 내려와 있었나보다.


지나버린 것은 모두 추억이다.
가을이 내게 왔다면 여름은 스쳐갔던 시간일 뿐이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줄기에 후즐근한 땀을 쏟아내던 여름은

무정하게도 아무런 인사 한 마디 없이 등을 돌려 떠나버렸다.

 

여름은...

그 어느 해 보다 더웠던 올 해의 여름은..


어딘가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그 잔해만을 남기며 사라진 채

내년 또 다른 자신의 계절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 밤~!

별 빛이 더 초롱하다.


어느 곳에선가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들려오고
가로등을 태양삼으려는 매미의 울음 소리 역시 들려온다.
귀뚜라미 소리보다 매미소리가 더 처량한 것은 만남보다는 이별이 더 서럽기 때문일 것이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고?
그게 가을이라고?
그래, 분명해.
내 기억 속의 가을은 언제나 끝간데 없이 높기만 했다.


그렇다면 지금도 마찬가지 !
한낮의 하늘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았듯이 한 밤인 지금의 하늘 역시 높을 것이고,
가을을 못내 기다렸던 말 은 편안한 휴식을 취하며 살을 찌우고 있을 것이다.

 

코스모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 !


보고 있노라면 잠시나마 세상을 잊게 해주는 그 하늘거림.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있을 때처럼 편안해지기도 하고
그리움에 가슴 아릴 때처럼 시린 아픔을 주기도 하는 그 끝없는 하늘거림~!

 

산들산들~!
그대로 꼿꼿히 서 있어도  좋으련만
보일듯 말듯  잔떨림을 하는 모습이
말없이 미소짓던  영락없는 그녀다.

 

힘들어 지쳐 쓰러질만도 하련만
낙엽하나 내리지 못할 잔 바람의 스쳐감에도 부끄럽게 흔들거리고 마는 작은 몸짓 !

 

흰빛꽃잎을 보면 그 티없는 흰빛이 마냥 좋기만 하고
분홍꽃잎을 보면 그 사랑스럼에 마냥 설레며
빨강꽃잎을 보면 그 갸냘픔이 피어 낸 열정에 저절로 탄성을 지르고 만다.

 

세상에는 가을이 왔다.


내가 사는 이곳! 작은 동네에도 가을이 왔다.
그리고 여기 내가 피곤할 때  잠시 머무는  빈 집에도 가을이 왔다.

 

이제 어느 방에 가도...
어느 님의 글을 보아도...


가을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 모습이 정겹고 흐뭇하고 행복하다.

 

여름이 힘들었기 때문에 가을은 더욱 활기롭고 풍성할 것이다.

 

가을이다.

세상에 가을이 오고 여기 가상공간의 작은 쉼터인 이곳에도 가을이 왔다.


그리고 가을은....

내 가슴 속에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