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이야기/빈집의 낙서
단상
이 강산
2007. 10. 27. 20:30
동네 작은 공원 사잇길을 걷다 곱게 물든 단풍잎이 하나 둘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마른 나무가 봄볕과 함께 초록 잎새를 틔운 지
며칠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빨갛게 물들이나 했더니
벌써 낙엽이 되었나보다.
걸음을 멈추고
길옆에 놓여있는 빛바랜 나무의자에 앉았다.
세상이 제 것인 양 뛰어 노는 아이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노부부의 꼭 잡은 두 손.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뛸 듯 속보를 하며 공원 가장 자리를
'몇 바퀴나 돌고 있는 중년여인.
이미 낙엽이 되어 땅으로 스러진 단풍잎은
무심하게 그들 사이를 구른다.
+그래도 고운 낙엽은 덜 서러울 것이다.
가장 화려할 때 스러졌음으로...+
문득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건 무엇 때문일까.
지금쯤 산은 그 화려함을 뽐내고 있을 것이고
사람들은 그 속에 빠져 탄성을 지르고 있을 것이다.
가을 산.
사계절의 산 중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가을 산이라면
당연히 그 온갖 색으로 채색하고 있는 화려함을 느껴보고자
하는 것이리라.
단풍이 빛바래지기 전에
낙엽으로 다 스러지기 전에
가까운 산으로라도 걸음을 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만산홍엽이라는데
그 속에 있으면 나도 같이 곱게 물들지 않을까 ...
오늘......
떨어진 단풍잎 하나가
나를 시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