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염없는 비....|
창 밖이 울고 있다.
어제도.. 밤에도.. 그리고 지금도...
비가 내린다.
어제는 하루종일 오락가락 하더니
오늘은 잠시도 쉬임없이 내리고 있다.
창 밖을 본다.
창문을 타고 아롱져 흘러내리는 작은 빗방울 들이 다른 방울들과 만나 합쳐지며
아래로 구르는 모습이 괜히 서러워지기만 하고...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비 내리는 창 밖을
다른 누군가도 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문득 그 사람이 그리워 지고...
하염없이 흩뿌리는 이 빗줄기는 그래서 ...
그리움이기도 한가 보다.
창 밖 아래를 본다.
뿌옇게 들어오는 우산 우산들...!
문득 그 우산 속에 숨어 있을 얼굴들이 궁금해진다.
노랗고 빨갛고 작은 우산들이 울긋불긋 버섯처럼 총총대는 것을 보니
그 속에는 햇살보다 더 환한 웃음을 짓는 아이들이 있나 보다.
잿빛 의 점잖게 흐르는 저기 다른 우산 속에는
가족을 사랑으로 품에 안고 싶어하는 점잖은 신사의 미소가 숨어있을 것이고,
그리고...
멀리 동떨어져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제법 큰 우산 속에는
이제 한창 사랑의 의미를 깨달아가고 있는 두 남녀가 속삭이고 있을 것이다.
사랑~!
그래 사랑이야~!
너무나 오래 잊고 있었던 가슴 뭉클한 단어 하나...
이 비...
멈추어 서 있는 큼직한 우산하나가 잊고 있었던 얼굴 하나를 끄집어 낸다.
켜 놓은 음악 소리가 마음을 저며 온다.
빗소리 만큼이나 애잔한 음악은 혼자 있는 나를 더욱 시리게 하고
비 오는 날에는 조용한 음악을 듣지 말라고 했던 옛 친구의 얼굴이
빗속에 아스라히 웃고 있다.
" 야, 임마~! 지금 네 나이에는 뽕짝이 가장 좋은거야~"
그렇지만 난 내가 듣고 있는 이 음악을 바꿀 수가 없다.
가슴 속 저 깊이 묻어 놓았던 옛 추억~
낡은 그림자 하나가 솟아나오는 것을 억누를 수도 없다.
이 비가 그치는 때...
나도 하염없이 솟아나는 상념들을 가슴 깊은 곳으로 묻어버릴 것이다.
그리움의 추억들과 서러움의 잔상들을 떠나 보내버리고
새로운 시간을 시작할 것이리라.
지금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위하여....
숨을 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