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어느 막노동꾼의 회상
회상 (1)
이 강산
2005. 4. 26. 00:16
어쩐지 후덥지근해서, 짜증만 나더니 한바탕 후련하게 쏟아지네.
정말 다행이야.
이런 날 소나기가 퍼붇지 않았으면 정말 왕 짜증이 하늘까지 솟아 올랐을거야.
" 비가 내리니 갈 곳이 마땅치가 않네. 그치?"
"글쎄 말이야. 어디가서 부침개나 부쳐서 술 한잔 곁들어 먹었으면."
" 조오치"
그러나 난 이 모든 말 들이 별로 영양가 없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
이 나이 되도록 여관 달 방을 전전하며 혼자사는 우리가 갈 곳이 어디가 있겠어.
더구나 방세를 줘야하는 날이 벌써 일 주일이나 지나버렸어.
이쯤이면 주인 아저씨 인상이 많이 구겨질때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아.
괜히 방 구석에서 라면이라도 끓여 먹으려 들면 귀신처럼 나타나서, 꼬장을 부려.
" 좁은 방 안에서 위험하고 냄새나는 짓을 왜 해?"
우리 같은 노가다가 뭘 어쩌겠어.
비 오는 날은 일도 없고, 푸욱 쉬는 하루가 되기는 하지만 그것도 돈이 있어야지.
돈 없어봐. 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어.
뭐, 공원 벤치에라도 가서 앉아 있으라고?
야! 가서 너나 그렇게 넋놓고 하루종일 앉아 있어봐.
특히 지금처럼 비 오는 날은 정말 좋을거야.
혹시 알아? 비 오는 날 낭만을 즐긴다며. 어떤 센티멘탈 한 사람이라도 나타나서
말을 걸지? 물론 그 확률이 로또 보다도 더 적기는 하지만 말이야.
이쁜 여인이 이런 날 말 없이 비를 맞고 걷거나, 넋 놓고 앉아있으면 정말 군침 돌거야.
잘생기고 귀티나는 남자가 말없이 비를 맞고 있다면 지나가는 여자들이 왠지 말을 걸고 싶어질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린 틀려.
뭐가 틀린지는 나도 모르겠어.
그치만 사람들은 괜히 비껴가지.
두번다시 보기 싫다는 듯 아예 고개를 돌리고, 부리나케 도망가듯 사라지지.
우린 그래서 그런 행운은 기대도 안해.
그나저나 하염없이 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많이 안 좋네.
이런 날 마음 맞는 친구 하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런지.
새삼 내가 혼자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은 순전히 비 때문이야.
- 내 아이들은 뭘 하고 있을까?
큰 아이는 벌써 초등학교 6학년이고, 작은 아이는 3학년이 되었을 게다.
엄마, 아빠 있는데서도 토닥토닥 잘 싸워대던 아이들이었는데. 지금은 어쩐지 정말 궁금하고, 그래서 더 보고 싶다.
아이들은 내가 보고 싶지 않는가 보다.
어쩌다 피시방이라도 들어가, 사람찾기를 뒤져봐도 나를 찾는 글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더 슬프고 서럽다.
- 집 떠난지 3년
이제 난 누구에게서도 잊혀지고 있나보다. 아니 이미 잊혀졌을것이다.
새로 사귄 친구들이 있기는 하지만. 아아. 그들은 나 보다 더 하다.
난, 오히려 그들을 위로하고 따뜻하게 감싸 주어야 할 뿐.. 어떤 위로로 받지 못한다.
아니 그들과 친구가 되었으니, 그것으로 이미 더 할수 없는 위로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아내의 얼굴이 희미하기만 하다.
" 당신이 집을 나가거나, 내가 나가거나 택해요. "
아내의 목 소리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얼음처럼 차갑고, 카랑카랑하기만 하다.
아내 없는 집에서 내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아이들을 키울 수 있다는 말인가.
여자는 집나가면 남 인데, 내가 무엇을 선택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난, 온 가슴 찢어져 집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 다시 이곳에 발을 디디면 그 날 나는 이곳을 떠나요."
나의 등에 대고 아내는 쐐기를 박아버렸고, 나는 행여 내 그림자라도 보일까봐 그 쪽으로는 단 한번도 발걸음을 돌리지 않았다.
" 평생을 먹고 살만큼 벌어 온다면 그때는 생각해보죠."
아내의 말에 일루의 희망이 있어서, 죽기 살기로 일하고 모아서, 꼭 그렇게 하리라고 결심했다. 그 소망은 나의 유일한 빛이었다.
아이들의 재롱을 다시 볼 수 있는 유일한 빛.!
- 이런 세상이 있구나.
나는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처음간 곳 서울역에서부터 지금의 여관 달방에 이르기까지......
세상은 참 요지경이었다.
사람.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또 사람을 만났다.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 아니 누구보다도 거대한 희망이 있는 사람들. 그리고 누구보다도 소박한 꿈을 갖고 있는 사람들.
사람은 어디에도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동화되어갔고, 그들은 나에게 동화되어 왔다.
그저 하루 세끼, 아니 한끼 정도의 먹을 것만 해결되면 좋았다.
일 주일도 안되서 얼굴 가죽은 두꺼워졌고, 사람들이 지나가며, 힐긋 거리건 말건 큰대자로 뻗어서 코 골며 누워도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정말 다행이야.
이런 날 소나기가 퍼붇지 않았으면 정말 왕 짜증이 하늘까지 솟아 올랐을거야.
" 비가 내리니 갈 곳이 마땅치가 않네. 그치?"
"글쎄 말이야. 어디가서 부침개나 부쳐서 술 한잔 곁들어 먹었으면."
" 조오치"
그러나 난 이 모든 말 들이 별로 영양가 없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
이 나이 되도록 여관 달 방을 전전하며 혼자사는 우리가 갈 곳이 어디가 있겠어.
더구나 방세를 줘야하는 날이 벌써 일 주일이나 지나버렸어.
이쯤이면 주인 아저씨 인상이 많이 구겨질때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아.
괜히 방 구석에서 라면이라도 끓여 먹으려 들면 귀신처럼 나타나서, 꼬장을 부려.
" 좁은 방 안에서 위험하고 냄새나는 짓을 왜 해?"
우리 같은 노가다가 뭘 어쩌겠어.
비 오는 날은 일도 없고, 푸욱 쉬는 하루가 되기는 하지만 그것도 돈이 있어야지.
돈 없어봐. 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어.
뭐, 공원 벤치에라도 가서 앉아 있으라고?
야! 가서 너나 그렇게 넋놓고 하루종일 앉아 있어봐.
특히 지금처럼 비 오는 날은 정말 좋을거야.
혹시 알아? 비 오는 날 낭만을 즐긴다며. 어떤 센티멘탈 한 사람이라도 나타나서
말을 걸지? 물론 그 확률이 로또 보다도 더 적기는 하지만 말이야.
이쁜 여인이 이런 날 말 없이 비를 맞고 걷거나, 넋 놓고 앉아있으면 정말 군침 돌거야.
잘생기고 귀티나는 남자가 말없이 비를 맞고 있다면 지나가는 여자들이 왠지 말을 걸고 싶어질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린 틀려.
뭐가 틀린지는 나도 모르겠어.
그치만 사람들은 괜히 비껴가지.
두번다시 보기 싫다는 듯 아예 고개를 돌리고, 부리나케 도망가듯 사라지지.
우린 그래서 그런 행운은 기대도 안해.
그나저나 하염없이 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많이 안 좋네.
이런 날 마음 맞는 친구 하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런지.
새삼 내가 혼자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은 순전히 비 때문이야.
- 내 아이들은 뭘 하고 있을까?
큰 아이는 벌써 초등학교 6학년이고, 작은 아이는 3학년이 되었을 게다.
엄마, 아빠 있는데서도 토닥토닥 잘 싸워대던 아이들이었는데. 지금은 어쩐지 정말 궁금하고, 그래서 더 보고 싶다.
아이들은 내가 보고 싶지 않는가 보다.
어쩌다 피시방이라도 들어가, 사람찾기를 뒤져봐도 나를 찾는 글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더 슬프고 서럽다.
- 집 떠난지 3년
이제 난 누구에게서도 잊혀지고 있나보다. 아니 이미 잊혀졌을것이다.
새로 사귄 친구들이 있기는 하지만. 아아. 그들은 나 보다 더 하다.
난, 오히려 그들을 위로하고 따뜻하게 감싸 주어야 할 뿐.. 어떤 위로로 받지 못한다.
아니 그들과 친구가 되었으니, 그것으로 이미 더 할수 없는 위로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아내의 얼굴이 희미하기만 하다.
" 당신이 집을 나가거나, 내가 나가거나 택해요. "
아내의 목 소리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얼음처럼 차갑고, 카랑카랑하기만 하다.
아내 없는 집에서 내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아이들을 키울 수 있다는 말인가.
여자는 집나가면 남 인데, 내가 무엇을 선택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난, 온 가슴 찢어져 집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 다시 이곳에 발을 디디면 그 날 나는 이곳을 떠나요."
나의 등에 대고 아내는 쐐기를 박아버렸고, 나는 행여 내 그림자라도 보일까봐 그 쪽으로는 단 한번도 발걸음을 돌리지 않았다.
" 평생을 먹고 살만큼 벌어 온다면 그때는 생각해보죠."
아내의 말에 일루의 희망이 있어서, 죽기 살기로 일하고 모아서, 꼭 그렇게 하리라고 결심했다. 그 소망은 나의 유일한 빛이었다.
아이들의 재롱을 다시 볼 수 있는 유일한 빛.!
- 이런 세상이 있구나.
나는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처음간 곳 서울역에서부터 지금의 여관 달방에 이르기까지......
세상은 참 요지경이었다.
사람.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또 사람을 만났다.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 아니 누구보다도 거대한 희망이 있는 사람들. 그리고 누구보다도 소박한 꿈을 갖고 있는 사람들.
사람은 어디에도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동화되어갔고, 그들은 나에게 동화되어 왔다.
그저 하루 세끼, 아니 한끼 정도의 먹을 것만 해결되면 좋았다.
일 주일도 안되서 얼굴 가죽은 두꺼워졌고, 사람들이 지나가며, 힐긋 거리건 말건 큰대자로 뻗어서 코 골며 누워도 편안해지기 시작했다.